[음식과사람 2019.11 P.17 Publisher's Letter]

삼겹살의 역사와 쌈의 미학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발간한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라는 책에 의하면, 돼지고기 음식은 원래 별다른 양념 없이 굽는 소금구이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소금구이에서 삼겹살이 분화한 것은 1970년대의 일입니다.

돼지고기 수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때였습니다.
돼지고기는 부분육으로 수출됐습니다. 수입국들은 등심, 안심 등 비계가 없는 부위를 원했고 삼겹살은 국내 소비로 돌렸습니다. 소금구이용으로 삼겹살이 많이 보급되면서 ‘소금구이는 삼겹살’이라는 관념이 만들어졌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삼겹살집은 전문점 형태로 서서히 늘어났습니다.

2000년대 들어 삼겹살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저녁이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 한국인의 일상이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한국인이 선천적으로 삼겹살을 좋아하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뤘습니다. 마침내 ‘삼겹살 공화국’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우리나라 삼겹살은 조리법으로 보면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에다 올려 굽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워진 삼겹살은 쌈장과 함께 상추 또는 깻잎 위에 올려지고, 기호에 따라 풋고추와 마늘 등을 첨가해 쌈을 싸서 먹습니다.

한국인의 외식 밥상을 보면 이 쌈이 기본으로 깔립니다.
수육에도 광어회에도 쌈이 나옵니다. 쌈이면 웬만하면 다 맛있어한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삼겹살이 맛진 음식으로 환골탈태가 이뤄지는 멋진 순간입니다.

요 근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년 경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인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인지는 지금 자신 있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경제적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우리 외식업계도 이런 부정적인 현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에도 그랬듯이 기회를 찾아서 능히 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리라고 자신해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삼겹살과 쌈의 어울림이 새로운 외식시장을 개척해낸 것처럼 우리가 리스크를 극복해나가는 방법도 동일한 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식 소비자들과의 살가운 관계 회복에 우리업계의 살길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네 삶도 어쩌면 이런 쌈의 미학이 늘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추론해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손님들의 격려의 손길과 따뜻한 미소가 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오늘 하루 우리 가게에 오신 손님과 주고받는 따뜻한 미소가 있다면, 비록 현실이 조금 힘들지라도 웃으며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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