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사람이 그리워 지하철 역사, 탑골공원으로

종로3가 탑골공원 ⓒ한국외식신문
종로3가 탑골공원 ⓒ한국외식신문

1인 가구 급증과 노령화라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작년 12월 기준 802만6915명이다. 국민 6 ~ 7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의 노인들은 연금도 없어 의료비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동네마다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 일은 흔한 모습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노인연금 수령 규정 개정으로 수혜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인 빈곤 문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기초연금은 상승했는데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급여액은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 인구는 약 40만 명이다. 어려운 처지의 노인이 많다 보니 쪽방 · 고시원과 같은 안정적이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비주택 거주 노인 인구는 2015년에 이미 39만3792가구를 넘더니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 속도는 빠르게 증가해 앞으로 5년 후인 2025년 무렵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설 연휴 다음날, 본지 사회공헌팀은 종로3가역과 탑골공원을 찾았다. 세 분을 어렵게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지하철 역사 할머니 ⓒ한국외식신문
지하철 역사 할머니 ⓒ한국외식신문

어제 연휴가 막 끝났는데 설은 어떻게 보내셨냐는 질문에 "명절은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먼저 돌아왔다. “설날은 가족들과 북적거리며 보내야 하는데 그럴 처지가 아니라서 추석이나 설 명절이 제일 싫다”는 것이다. “남들은 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솔직히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올해로 혼자 사는 생활이 몇년째인지 가물가물하다는 박 할머니(79세)는 "그나마 이번 겨울은 덜 추워서 목숨을 부지한다"며 "몇해 전에는 추위로 이웃을 잃을 적이 있다"고 하신다. "지하철역이 그나마 따뜻해서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의지했었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지하철 역사 할아버지 ⓒ한국외식신문
지하철 역사 할아버지 ⓒ한국외식신문

또 다른 할아버지(84세)는 “명절에 자식들이 와서 용돈도 주고 소식도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한숨을 내쉬며 빛바랜 손주 돌사진을 보여주셨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사업이 망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소원해지더니 요즘엔 아주 끊겼다"며, “손주가 지금은 많이 컸을텐데 사진이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셨다.

소일거리 없이 시간 보내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면, 어느덧 시간이 지나간다"고 하셨다. 

독거노인 신세 15년이 넘은 박 할머니는 “나는 쌩으로 이산가족 신세야. 남북 이산가족은 그래도 그리움이 아무리 사무쳐도 가족끼리 서로 원망은 없을 거야. 북한 것들이 막고 있으니...근데 나는 15년 넘게 가족들을 못 봤어. 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원망스럽기도 해. 15년이 넘도록 왜 나를 찾지 않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젠 만성이 돼서 느낌이 많이 무뎌졌어”라며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부하셨다.

몇 분의 인터뷰를 통해 노인의 일상을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분들이 명절에 소망했던 것은 단순한 것으로 보였다. 자식들 얼굴 한 번 보는 것이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면 먼지 많은 지하철역에 나오실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 보면 덜 외로워”라는 박 할머니 말이 돌아오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설날 아침뉴스에 나왔던 “인천공항 터미널이 명절마다 독거노인의 쉼터로 변했다”는 앵커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면서, 그나마 인천공항을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하철역을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여유로운 분들일 것이라고 자위했다.

설연휴 다음날 아침, 새로운 일상의 시작 속에서 사회공헌팀 기자들은 “우리 부모님들을 더 자주 찾아뵙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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