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은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방식

[음식과사람 2020.01 P.92 Uncut News]

▲ 서예 ⓒPixabay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비유적이거나 풍자적인 내용을 네 글자로 담은 형태로 상황, 감정, 사람의 심리 등을 묘사한 관용구다.

분서갱유(焚書坑儒·서적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땅에 묻어 죽인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변하여 바다가 됨을 이르는 말로, 세상의 변천이 극심함), 십벌지목(十伐之木·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음), 가렴주구(苛斂誅求·수령이 백성들을 상대로 착취를 가하는 것을 뜻하며, 탐관오리를 비유), 와신상담(臥薪嘗膽·장작 위에 누워서 쓰디쓴 쓸개를 맛본다.

즉 복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함), 아전인수(我田引水·자기에게 이롭게만 하려는 것), 양상군자(梁上君子·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으로, 도둑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함흥차사(咸興差使·한번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거나 소식이 없음) 등 사자성어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우리 일상에서 자주 사용된다.

사자성어는 대부분 중국의 고사 또는 불교의 경전 등에서 유래해 깊은 깨달음과 성찰의 계기를 주며, 한 시대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상을 빗대어 풍자적으로 유행하는 새로운 신세대 사자성어도 나오고 있다.

심각한 실업난으로 줄어든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은 어떨까. 한 취업 포털이 조사한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 결과 1위는 전전반측(輾轉反側·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 2위는 노이무공(勞而無功·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 공동 3위는 각자도생(各自圖生·스스로 제 갈 길을 찾는다),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허심평의(虛心平意·마음과 뜻을 비우고 평안히 내려놓다)가 선정됐다.

허탈하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6, 7, 8위엔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는 뜻의 고목사회(枯木死灰, 9.1%),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함을 일컫는 분골쇄신(粉骨碎身, 8.6%),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수무푼전(手無分錢, 6.4%)이 꼽혀 세상살이의 험난함을 표현했다.

2001년부터 당대의 사회적 현안이나 화두를 역사적, 철학적, 사상사적, 실사구시적 측면에서 사자성어로 선정해 발표해온 ‘교수신문’도 12월 15일자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많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 공동체라는 뜻이다.

즉, 자기만 살려고 하면 모두가 망한다는 의미를 통해 최근 갈등과 대립 속에 사회 혁신엔 눈을 감은 채 자기 진영만의 승리나 이익에 목을 매는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대립을 질타하고 있다.

2위는 어목혼주(魚目混珠)로, 어목(물고기 눈)을 진주로 혼동해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을 담아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3~5위엔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섞여 있다는 뜻의 반근착절(盤根錯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한다는 의미를 지닌 지난이행(知難而行),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뜻의 독행기시(獨行其是)가 선정됐다.

역시 공자님 말씀대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익히고 그것에 미루어서 새것을 앎)이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방식인 듯하다. 사자성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비판적 시선과 성찰적 의미를 잘 되짚어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대한민국 사회에 개혁과 행복, 미래와 발전의 길이 열리길 기원한다.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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