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돼

김정순 객원논설위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언론학박사
김정순 객원논설위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언론학박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 · 방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것이며, 후베이성을 방문한 우리 국민은 14일 간 자가격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도의 외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도 일시 중단된다.

우한 폐렴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가 더 타격을 입을 전망과 함께 사회적 혼란 징후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그릇된 정보가 돌면서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31일에는 다섯 번째 확진자 정보를 담은 문서 사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한 폐렴 환자의 주거지와 이름 일부 등 개인정보로 추정되는 문서가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감염을 두려워하는 불안 심리와 왜곡된 정보 · 가짜뉴스가 빠른 속도로 결합하고 있다. 마치 공공재를 생산하고 소비하듯이 공포감을 조성하며 확산시키고 있어 우려스러울 정도다.

정부는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염려, 우한 폐렴 가짜뉴스를 엄정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까지 가세해 사회 혼란 야기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높게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심이 워낙 높다 보니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가리지 않고 의존하는 위기심리가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심리사태 진정을 위한 ‘가짜뉴스 차단’이라는 TV 뉴스 자막을 보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위험사회’가 생각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학의 거장이 저술한 ‘위험사회’ 내용이 지금의 우리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인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의 특징으로 '위험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위험이란 '눈앞의 위험보다는 직접 보이지 않는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의 감염 공포라는 위험과 어딘지 닮은꼴로 감지된다.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공포심이 자칫 더 큰 위기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다.

울리히 벡은 불안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해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이 위험한 불안 심리는 더 큰 불안과 공포를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 현상과 겹쳐지면서 새삼스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길들어 편향적인 시선에 갇히게 되는 경우,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심화시킬 수 있게 된다. 사회적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는 왜곡된 정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환 폐렴이라는 역대급 공포가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이때, 감염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함께 사회적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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