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 환자는 각별한 주의 필요

[음식과사람 2020. 02 P.64-65 Health Info]

▲ 안경 ⓒ Pexels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중풍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혈관이 막히는 중풍은 우리 눈에도 발생할 수 있다. ‘눈의 중풍’이라 불리는 망막 혈관 폐쇄에 대해 알아봤다.

editor 조윤
photo shutterstock, 가천대 길병원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날씨가 추운 겨울철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중풍(뇌졸중) 발생률도 함께 올라간다. 중풍이라고 하면 흔히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에도 중풍이 올 수 있다. 흔히 ‘눈의 중풍’이라

불리는 ‘망막 혈관 폐쇄’다. 이 질환은 망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으로, 소리 없이 찾아와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를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가볍게 생각해 방치할 경우 시력 저하는 물론 심하면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시신경세포들이 밀집한 곳이다.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빛을 감지하고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 들어온 물체의 상을 맺히게 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혈관과 신경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신체 어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돼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망막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망막 혈관 폐쇄라는 낯선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 ‘노안’으로 오해하는 경우 많아
50대 고혈압·당뇨 환자 각별히 주의해야

평균 발병 연령은 50~60대 초반으로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망막 혈관 폐쇄 환자 중에서 50대 이상이 약 89%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보니 시력 감퇴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단순히 노안으로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병 원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관의 탄력이 점차 떨어져 쉽게 혈관이 막히는 것으로 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흡연 등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의 경우 발병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망막 혈관 폐쇄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심·뇌혈관이 폐쇄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에 가천대 길병원 안과 남동흔 교수는 “망막 혈관 폐쇄 환자는 반드시 안과 치료와 동시에 뇌경색, 심근경색을 함께 경계하면서 전신질환 검사를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망막 혈관 폐쇄는 뚜렷한 자각증상 없이 갑자기 시력장애가 오는 것이 특징이다. 혈관이 폐쇄된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의 정도와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망막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지나는 분지 혈관이 막히면 시야가 부분적으로 흐려지는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지만 중심 혈관이 막히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 안구를 채우고 있는 겔 성분의 유리체에 출혈이 동반돼 눈앞에 검은 물체가 떠다니는 것 같은 ‘날파리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망막 혈관 폐쇄는 크게 ‘망막 동맥 폐쇄’와 ‘망막 정맥 폐쇄’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증상과 시력 저하 정도도 다르게 나타난다. 응급질환에 해당하는 망막 동맥 폐쇄는 별다른 통증 없이 갑자기 먹구름이 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고 시력이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한번 발생하면 시력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안압을 낮추고 혈류를 회복시키기 위한 처치를 해야 한다.

망막 정맥 폐쇄는 좀 더 흔하다. 정맥이 막히면서 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질환으로 시력이 현저히 감소하지만 보통 한쪽 눈에서만 발생하고 다른 쪽 눈에는 이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신생혈관이 생겨 안압이 상승하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심한 통증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40대부터 1년 1회 이상 안저검사 필요
담배 끊고 주 3회 땀 나는 운동으로 예방

치료법 역시 혈관이 막힌 위치와 정도, 시력 저하 및 임상 양상에 따라 달라진다. 주로 망막 혈관 폐쇄 후 이차적으로 생기는 황반부종이 발생했을 때 치료를 시작하며 황반 내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항체 및 스테로이드 주입, 레이저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유리체 출혈이 심한 경우와 신생혈관 녹내장이 발생한 경우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망막 혈관은 눈 깊숙한 곳에 위치한 데다 혈관이 매우 가늘어 치료가 쉽지 않다. 더욱이 초기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많다. 갑자기 앞이 뿌옇거나 눈부심이 심하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간단한 검사로도 초기에 증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안저검사를 통해 망막 혈관의 이상 유무 및 합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눈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등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물론 40대 이상부터는 1년에 1~2회 정도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남 교수는 금연과 운동을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스트레스가 많고 바쁘더라도 지금 당장 담배를 끊고 매주 3회 이상 땀이 나는 운동을 하라”면서 “그렇게 하면 망막 혈관 폐쇄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막히는 뇌 중풍도 오지 않고 건강과 행복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