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졸업식에도 봄은 오는가

학사 일정으로 2월 19, 20, 21일은 대학교 졸업이 예정된 날이다. 코로나19로 교육부는 개강을 2주 연기하고, 대학 당국은 졸업식을 아예 취소했다.

대학교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신촌가를 찾았다. 북적거리는 졸업식 풍경은 옛말. ‘한산’을 넘어 ‘적막’했다.

연세대학교 교정에 들어섰다. 졸업가운을 입은 학생이 간간이 보인다.

졸업생 이나진씨는 “졸업식이 취소됐으나 학교에서 가운은 대여해 준다고 해서 가족이랑 사진만 찍으러 왔다.”고 했다.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언니 서진씨는 “원래 졸업식은 식장에 참석하기 보단 친구, 선 · 후배와 왁자지껄 떠드는 재미로 참석하는 건데 동생 사진만 달랑 찍어주니 졸업식 기분이 안난다.”고 말했다.

기자가 식사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물어보니, “사진만 찍고 집에 바로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졸업생과 가족 ⓒ한국외식신문
▲ 졸업생과 가족 ⓒ한국외식신문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꽃을 파는 상인은 “그나마 연대는 졸업가운을 대여해 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완전 공쳤다”며 손사래를 쳤다.

▲ 졸업식 꽃 노점 ⓒ한국외식신문
▲ 졸업식 꽃 노점 ⓒ한국외식신문

서강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캠퍼스 안에 한두 명의 사진사와 꽃 판매상이 보였다.

신촌 대학가에서 10년 이상 졸업식 사진사를 하고 있다는 조용득씨는 “보통 졸업식 시즌엔 하루에 5건 정도 찍는데 오늘은 1건도 못 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조 씨는 “연세대와 서강대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가운 자체를 빌려주는 대학은 거의 없고, 대부분 대학이 졸업식 자체를 취소했다.”면서 졸업가운을 입은 예비 사회인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 졸업 사진 ⓒ한국외식신문
▲ 졸업 사진 ⓒ한국외식신문

코로나19 대학가 상황은 주변 식당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촌 대학가 핫플레이스인 ‘홍대걷고싶은거리’ 상인회 이우명 회장을 만났다.

“이 지역 전체 매출이 30 ~ 40% 이상 줄었다. 기대했던 졸업 시즌이 이 정도니 걱정이다. 게다가 개강도 3월 중순으로 연기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 등 고정비는 그대로여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소연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홍대걷고싶은거리 ⓒ한국외식신문
▲ 홍대걷고싶은거리 ⓒ한국외식신문

서교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강정호 사장은 “졸업시즌이면 항상 만석이었는데 손님도 없고 그나마 예약 했던 손님들도 줄줄이 취소다. 예약 손님을 위해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뒀는데 손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 졸업시즌 신촌 대학가 식당 ⓒ한국외식신문
▲ 졸업시즌 신촌 대학가 식당 ⓒ한국외식신문

올해 졸업하는 남자 대학생들은 6년 전 세월호 참사로 대학의 봄 축제를 우울하게 보냈다가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취소된 ‘행운’의 14학번이다.

우수<雨水> 절기.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14학번, 16학번 앞날에 전도양양이 함께 있기를, 그리고 얼어붙은 지역상권도 빠른 시일 내 온기로 바뀌었으면 한다.

그들의 빼앗긴 졸업식에도 봄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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