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0. 02 P.88-90 Local Analysis]

▲ 척박한 외식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외식상권 곳곳엔 줄 서는 음식점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줄 서는 음식점의 옆 가게가 살아남는 방법은?

editor 창업통 김상훈(외식컨설팅 전문가) photo 김상훈, shutterstock 

2020년 우리나라 외식상권 기상도는 밝지 않다. 수요층의 볼륨은 늘지 않는데, 대형 할인마트와 복합쇼핑몰에선 손님몰이의 도구로 외식 점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경기도 어느 신도시에 오픈한 복합쇼핑몰 한 곳에서만 음식점 93개가 동시에 오픈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엄청난  규모의 쇼핑공간과 더불어 100개 가까운 음식점이 동시에 출점한다면 인근 아파트상권의 기존 외식 소비자들 입장에선 즐거운 일일 수 있다.

외식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외식 코너 비중을 대폭 높임으로써 내점 고객 늘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복합쇼핑몰 외식 코너에 출점하는 음식점의 90% 이상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음식점이다.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75%를 차지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시장은 요즘 ‘하 수상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시장에선 신규 외식 브랜드가 3년을 못 넘기고 브랜드를 내리는 일이 많다. 단명하는 브랜드가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척박한 외식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외식상권 곳곳엔 줄 서는 음식점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원조집 간판을 걸고 줄 세우는 음식점도 있고, 골목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도 있다. 줄 서는 음식점과 그 옆집 음식점의 경제학을 정리했다.

줄 서는 원조 음식점 옆에선 어떤 음식점을 해야 할까?

얼마 전 필자에게 긴밀한 상담을 요청해온 음식점 사장님이 계신다. 그는 동네 주민들 특히 40~60대 중·장년층 대상 해장국집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럭저럭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는데, 그 해장국집 앞엔 줄 서는 소곱창집이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음식점은 갈수록 손님이 늘어가는 반면, 자신의 해장국집은 매출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해장국집과 달리 소곱창집의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지금까지 해장국집으로 먹고살았는데, 갈수록 보합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아이템 변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메뉴로 재오픈할 것인가였다. 필자는 해장국집이 있는 상권 현장을 확인했다. 먼저 줄 서는 소곱창집의 속내부터 확인했다. 결론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내공 있는 음식점이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오픈한 지 10년이 넘는 음식점이기 때문에 그 동네 고객뿐만 아니라 인근 신세대 상권의 젊은 층 뜨내기 고객까지 누리소통망(SNS) 소문을 타고 유입되고 있었다. 급기야 최근엔 바로 옆 가게를 하나 더 인수해 줄 서는 고객들을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줄 서는 가게를 옆에 둔 음식점 사장이라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매일매일 그 음식점은 줄 서는 고객들로 넘쳐나는데 우리 가게는 왜 한가하기만 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곱창집은 야간 시간대 술 한잔 고객이 많은 반면, 해장국집은 낮 시간엔 문제가 없으나 밤 시간대엔 한가하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매출액 측면에서 보더라도 줄 서는 소곱창집의 매출을 한 끼 식사 7000원 해장국집이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줄 서는 집의 메뉴로 업종을 변경해야 할까?

먼저 해장국집 사장님의 의견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최근 줄 서는 소곱창집 옆 일부 음식점 중에 곱창으로 메뉴를 바꿔서 영업하는 곳도 생겨났다고 했다.

물론 원조 곱창집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역력해 보였다. 줄 서는 음식점의 고객을 그 옆집 가게로 들어오게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줄 서는 원조 곱창집보다 상품과 가격 측면에서 고객 만족도를 확실하게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줄 서는 집보다 맛, 가격, 서비스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고객들의 객관적 평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줄 서는 원조집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음식점 사장님 처지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수년 동안 해온 나의 메뉴가 있는데, 단순히 장사 잘되는 옆집 따라서 메뉴를 쉽게 바꾼다는 것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해장국집 사장님은 소곱창집의 메뉴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새로운 스타일의 술 한잔 메뉴를 추가해서 재오픈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즉 소곱창 메뉴가 아닌 새로운 술 한잔 메뉴를 추가하면서 줄 서는 집보다 더 높은 고객 만족도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줄 서는 고객들의 대부분이 신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신규 안주 메뉴를 대표 메뉴로 설정하기로 했다. 신메뉴 구현 방법을 정하고, 해당 메뉴를 중심으로 새로운 상호를 결정하기로 했다.

상호 디자인 등의 브랜딩 작업도 이어져야 한다. 기존의 식사 고객을 그대로 포용하면서 저녁 시간대 해당 상권 핵심 수요층인 신세대 고객들의 술 한잔 음식점으로 시즌 2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특정 메뉴 먹자골목 내 후발주자 음식점의 생존 전략은?

줄 서는 음식점을 둘러싼 고민엔 다른 유형도 찾을 수 있다. 전국엔 수많은 먹자골목이 있다. 다양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도 있지만, 특정 메뉴로 구성된 테마 음식점 먹자골목도 있다.

서울 신림동 순대골목, 장충동 족발골목, 신당동 떡볶이골목, 수원 지동시장 치킨골목, 인천 용현동의 물텀벙골목 등등 전국엔 다양한 테마 음식점 먹자골목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정 음식 먹자골목에 가면 원조집이 있고, 후발주자 음식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골목상권에선 우리 집이 원조집이라고 하면서 논쟁을 벌이는 곳도 목격할 수 있다.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음식점이 원조집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골목에 그 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 만족도 높은 음식점이 좋은 음식점이라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의 또 다른 상담 고객의 사연은 이렇다. 유명한 테마 음식 골목상권에서 후발주자로 영업하고 있는데, 먼저 오픈한 원조집들은 늘 줄을 서는 반면 자기 집은 장사가 안 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필자는 현장을 확인했다. 원조집 음식과 의뢰인의 음식을 비교해봤다.

음식 자체의 상품력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원조집에 비해 규모가 작고 왜소한 매장이기 때문에 원조 음식점의 줄 서는 고객들에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역시 음식 맛만 있다고 줄 서는 음식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음식점 사장의 의견을 종합하면 맛은 자신 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맛 그 자체만으로는 유서 깊은 원조 음식점 골목을 찾는 고객들을 유입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그 음식점은 줄 서는 원조 음식점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금방 눈에 띌 수 있는 점포 입지라는 점에선 충분히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원조집의 음식과는 다른 플러스알파를 만들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기발한 뉴스 가치 만들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맛, 가격, 덤 서비스, 포장 디자인의 품격까지 재단장하기로 했다. 장사 안되는 매장의 첫 번째는 간판 디자인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점포 인테리어보다는 점포 외부에서 유입력을 높일 수 있는 비주얼 요소를 새롭게 부착하기로 했다. 그리고 원조집 음식을 뒤늦게 운영하게 된 사장님의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정리해서 재오픈하기로 했다.     

불황에도 줄 서는 음식점은 곳곳에 존재한다. 옆집이 줄 서는 집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기회요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입지일 수 있다. 줄 서는 음식점과 비교해 플러스알파 전략 만들기가 관건이다.

맛의 가치뿐만 아니라 비주얼 가치까지 신경 써야만 줄 서는 고객들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새로운 구매고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창업통 김상훈(startceo.blog.me) 대표

김상훈은 스몰비즈니스 컨설팅사 ‘스타트 비즈니스’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창업통’과 창업정보 유튜브 채널 ‘창업통TV’도 운영한다. MBC 일밤 ‘신동엽의 신장개업’을 컨설팅했고, 음식점 상권 분석 및 시장 조사, 점포 클리닉, 업종 변경, SNS 마케팅 컨설팅, 창업 실전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시장조사 여행’, ‘일본 상권 창업아이디어 여행’도 진행 중이다. 대표 저서로 <그래도 누군가는 대박가게를 만든다>, <못 벌어도 월 1000만 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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