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20.02 P.92-93 Food & Story]

▲ 순무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순무는 일반 무보다 섬유질이 적고 품질이 좋으며 익혀 먹거나 김치류로 주로 이용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등이 풍부하고 잎엔 비타민C, 칼슘 등이 풍부해 ‘밭의 화장품’으로 불리며 미용식품으로도 이용된다. 겨울 제철 음식인 순무에 대해 알아보자.

editor  김운진 부천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photo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유럽이 원산지… 삼국시대부터 재배

순무는 유럽이 원산지인 1~2년생 십자화과 식물로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삼국시대부터 재배됐다. 일반 무보다 섬유질이 적고 품질이 좋으며 익혀 먹거나 김치류로 주로 이용한다.

무를 재배하는 방법으로 재배하지만 늦여름에 파종하고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수확하는 것이 특징. 우리나라에선 경기 김포시와 인천시 강화군에서 주로 소량 생산된다.

순무의 뿌리 모양은 품종에 따라 다르며 대개 팽이 모양의 둥근형으로 삼각뿔 형태를 이뤄 마치 배추 꼬리의 모양과 유사하다. 빛깔은 대부분 흰색이지만 겉만 적색인 것과 속까지 보랏빛을 띠는 것이 있다.

강화의 순무가 보랏빛을 띠게 된 이유는 1892년 고종이 해군 교육을 위해 영국 총영사에게 해군 교관 파견을 요청하고 1893년 3월 강화도에 해군학교를 설치한 데서 비롯한다.

영국에서 교관이 오게 되면서 영국의 순무 종자를 가져와 강화도 사택에 심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본래 강화 순무와 영국 교관이 가져온 순무가 교잡돼 강화의 독특한 보라색 순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맛은 감미롭고 고소하며 겨자 향이 난다. 순무는 일반 무보다는 단단하고 매운맛을 지녀 생으로 깎아 먹으면 배추뿌리 맛이 나며 아작아작 씹히는 고소함이 있다.

<증보산림경제>의 무, 순무 뿌리 저장법을 소개하면 서리가 내린 뒤에 무, 순무의 뿌리를 캐되 성하고 큰 것을 골라서 칼로 밑동을 잘라 반 치쯤만 남긴다. 또 싹이 나는 윗부분을 칼로 벤 뒤에 곧 달군 쇠로 윗부분과 밑동을 지져 움 속에 저장하면 봄이 되어도 싹이 나지 않고 뿌리에 바람이 들지 않아 맛이 새것 같다고 기록돼 있다.

<향약구급방>에 ‘만청(蔓菁)’ 또는 ‘무청(蕪菁)’이라 하여 순무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제갈채’라고도 불렸다. <동의보감>에선 오장을 좋아지게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며 기를 내리고 황달을 치료하며 몸을 가벼워지게 하고 갈증을 풀어준다고 했다.

민간요법으로 피부병, 폐결핵에 쓰거나 혈액을 맑게 하는 데 이용됐다. 생즙을 내거나 삶아서 복용하면 황달, 당뇨병, 식체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이규보는 ‘가포육영’이라는 시에서 순무에 대해 “순무를 담근 장아찌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 겨울 내내 반찬 되네. 뿌리는 땅속에서 자꾸만 켜져 서리 맞은 것을 칼로 베어 먹으니 배와 같은 맛이지”라고 예찬했다.

‘귀하신 몸’ 순무의 영양성분

순무는 탄수화물, 단백질 등이 풍부하고 잎에는 비타민C, 칼슘 등이 풍부하다. 이런 이유로 ‘밭의 화장품’으로 불리며 미용식품으로 이용됐다. 이뇨작용과 소화작용을 돕고 숙취와 갈증 해소, 눈과 귀를 밝게 하며 간질환, 당뇨, 고혈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무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해소하고 치질 증상을 완화해준다. 비타민C가 많이 함유돼 있어 기미와 주근깨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의 노화 방지와 피로 회복에도 좋은 식품으로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순무 잎엔 엽록소, 베타카로틴과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순무엔 무기질인 칼륨과 칼슘 성분이 함유돼 혈압을 내리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순무의 씨를 볶아 기름을 섭취하면 시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순무의 매운맛을 내는 이소시아네이트는 항암작용과 해독, 소염작용에 관여해  기침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무 제대로 고르는 법

순무는 제철에 강화도를 직접 방문해 산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전체적으로 모양이나 굵기가 일정한 것이 좋으며 겉이 말라 있지 않고 단단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순무 잎은 선명한 녹색을 띠고 뿌리는 희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으며, 순무를 반으로 잘라봤을 때 구멍이 없는 것이 싱싱하다.

순무는 저장성이 뛰어나 냉장만 잘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으며, 보관할 때 무청이 달려 있으면 수분이 빨리 빠져나가므로 잘라서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수분 증발을 막으려면 순무의 무청을 자르고 신문지로 싼 다음 무청이 있던 부분을 아래로 하여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순무로 만든 음식

순무김치는 반드시 통통하고 질이 좋은 황석어젓으로 담가야 제 맛이 나는데 잘 삭은 순무김치는 감칠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황석어젓이 몸통 그대로 함께 숙성돼 맛이 달착지근하다. 겨울나기에 이만한 보양김치도 드물다. 

순무김치
순무는 손질해 납작하게 썰고 무청은 부드러운 부분만 준비한다. 찹쌀풀, 황석어젓, 고춧가루, 파, 마늘을 넣고 양념을 만들어 순무를 살살 버무려준다. 색과 맛이 뛰어나다. 

순무 물김치 
순무와 오이는 같은 크기로 썰어 절이고 양파, 홍고추, 마늘은 믹서기에 갈고 풋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절인 순무와 오이는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갈아놓은 양념과 풋고추, 육수를 붓고 소금 간을 하여 2~3일 정도 익혀서 먹는다.

순무씨 죽
순무씨를 볶아 가루를 내고 쌀을 불려 곱게 갈아 먼저 쑤다가 가루 낸 순무씨를 넣고 죽을 쑤어 먹는다.

순무 동치미 
일반 동치미무 담그는 것과 동일하되 순무를 사용하게 되면 보라색이 엷게 우러나와 색이 예쁘고 식감도 아작거리면서 맛이 좋다.

순무장아찌
순무는 0.5cm 두께로 은행잎 모양으로 썰어 간장물을 끓여 뜨거울 때 붓고 절여 먹는다. 간장물(물 : 간장 : 식초 : 설탕 = 2 : 1 : 1 : 1)을 비율에 맞춰 끓여 붓고 식혀 절여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만청증 
순무의 뿌리와 잎을 취해 깨끗이 씻어 일반적인 방법과 같이 장물에 찌는데, 어떤 어육을 첨가해도 좋고, 마른 새우 가루를 첨가하면 더욱 좋다. 이 채소를 식사 때마다 함께 먹으면 풍토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1766년 편찬된 <증보산림경제>에 기록돼 있다.

김운진
부천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로 부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조리원 집합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떡제조기능사이자 한식·양식·중식·일식조리기능사 감독위원이며, KBS ‘2TV 생생정보’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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