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 넓히고 지역경제 살리는 2등 음식점들의 新생존전략

[음식과 사람 2016-2 p.56 Hot Spot] 

 

맛집 골목에 들어서면 원조라는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점들은 ‘원조=대박’이라는 흥행공식 때문에 원조 타이틀에 목을 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조 옆집의 위상을 알지 못한다. 그동안 원조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2등 식당들의 역할을 짚어봤다.

 

▶ 2등 음식점으로 잘사는 방법 

원조 식당이 뜨면 그 주변에 비슷한 음식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때로는 특정 음식으로 이뤄진 골목을 형성하기도 한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역시 그렇다. 부대찌개의 원조로 불리는 오뎅식당의 허기숙 씨는 1960년부터 부대찌개를 만들어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창업자인 허 씨는 세상을 떴지만 가족들이 이어서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부대찌개 골목에는 오뎅식당 외에도 15개의 부대찌개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뎅식당 옆에 위치한 형제식당은 1972년부터 운영해 40년 넘은 전통의 식당이고, 진미식당과 명성부대찌개도 30년이 넘는 공력을 자랑한다.

단순한 모방만으로는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원조집에서 시작한 부대찌개가 저마다의 맛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후발 음식점들을 원조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음식점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원조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 소모적인 원조 논쟁은 공멸을 불러오지만 후발 음식점의 분발은 원조의 인기를 유지시키면서 시장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내공 깊은 원조집도 있지만, 도대체 왜 유명한지 알 수 없는 곳도 허다하다. 유명 원조집을 찾았다가 “돈 내고 이런 푸대접은 처음”이라며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는 손님도 많다. 목표를 달성한 원조는 초심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기도 한다. 배짱 장사를 해도 올 사람은 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조 열풍에 대해 줄을 길게 서는 집은 뭔가 잘하는 집이라는 착각과 그 줄에 끼지 않으면 낙오되는 것 같은 군중심리가 이런 현상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요즘은 ‘원조 옆집을 가라’는 말까지 나왔다. 원조 식당에서 실망을 하기보다 서비스 좋고 열심히 노력하는 원조 옆집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원조 옆집들은 경쟁을 통해 원조의 독점을 막고, 업체 간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한다.

또한 시장의 파이를 키워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장점도 있다. 원조 입장에서는 모방 음식이지만, 다른 맛과 서비스로 어필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처럼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그 혜택이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 부산 원조 할매 국밥 / 사진 = flickr

▶상생 정신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맛집 골목의 형성은 원조집 혼자서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 개인 상권을 넘어 주변 상인들 모두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인 것이다. 원조집은 후발 음식점들 덕에 시장의 크기를 키워 고정 고객을 늘릴 수 있었고, 후발 음식점들은 원조집 덕에 별도의 홍보 없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는 매출로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조집과 후발 음식점들이 이렇듯 동반자로 상생한다면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서울 무교동 낙지 골목,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장충동 족발 골목, 대구 닭똥집 골목 등등….

여기에 나라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관광 상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의정부시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지난해 10월 10~11일 이틀간 열린 ‘의정부 부대찌개축제’는 의정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꼽힌다. 의정부시 주최로 열리는 이 축제는 지난해 벌써 10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시는 축제기간에 음식문화 특화거리의 부대찌개 업소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요금 할인과 경품 추첨, 우수 식품 제조업소 시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축제기간에 값을 할인해주는 음식점마다 부대찌개를 맛보려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대찌개 300인분 맛보기 행사장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300인분의 부대찌개는 순식간에 동났다. 부대찌개라는 음식 하나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맛집 골목은 높은 임대료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원조집을 위시한 후발 음식점들이 모인 지역은 외진 곳이라도 찾아볼 만한 관광지로 개척할 수 있다. 뒷골목은 중심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고정비용을 낮춰 수익을 높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이라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비싼 임대료에 눌리지 않고 색다른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내볼 만하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의정부명물부대찌개는 지역의 어른들을 모시고 매년 경로잔치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8년부터 이어진 선행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는 단골들도 있다. 국내 음식점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수준도 평준화를 이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과 반목보다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함께 음식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정신이라면 침체된 외식업계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글 : 강보라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