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 돈가스, 옛날 통닭… 추억의 메뉴 인기 상승

[음식과 사람 2016-4 P.26 Trend]

 

▲ 사진 =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종영된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응팔’ 열풍으로 시작된 복고 바람이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외식업계에도 불고 있다.

 

드라마에서 정환이네 가족이 특별한 외식 장소로 찾은 곳. 바로 경양식집이다. 아빠(김성균 분)는 “이런 데 또 언제 오노”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고, 엄마(나미란 분)는 한껏 멋을 내고 ‘우아하게’ 돈가스를 칼로 썬다. ‘응팔’은 1980년대 최고의 외식 장소로 각광받던 당시 경양식집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갓 튀겨진 고기 위에 돈가스 소스가 한가득 부어져 있고 그릇 한쪽에는 샐러드, 밥 그리고 없으면 서운한 깍두기까지 올라와야 경양식 돈가스가 완성된다.

언제부터인가 소스와 고기를 따로 분리해 내놓는 일본식 돈가스에 밀려 경양식집이 점점 자취를 감췄다. 몇몇 곳이 간간이 명맥을 이어올 뿐 그 시대 맛집으로 꼽히던 경양식집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응팔’에 경양식 돈가스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추억의 맛을 그리워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옛날 돈가스를 맛보기 위해 달려갔다.

돈가스는 여전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이며 스테디셀러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이 주춤한 사이 고구마, 치즈 등으로 다양하게 맛과 모양을 낸 돈가스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클래식은 영원한 법. 이 모든 유행이 돌고 돌아 결국엔 그 시절 우리가 처음 맛보았던 그 맛, 경양식 돈가스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고기를 넓게 펴 큼직한 크기와 튀김 옷 사이에 충분히 밴 시큼달달한 소스 맛, 칼로 쓱쓱 자르는 재미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경양식 돈가스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그때 그 시절처럼 가족 단위로 찾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 경양식 / 사진 = flickr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술 한잔 ‘포장마차’

‘응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동네 어귀에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극중에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덕선이의 아빠(성동일 분)가 여기서 술 한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보라(류혜영 분)와 선우(고경표 분) 커플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우동을 앞에 두고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우는 비밀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이렇듯 1980년대의 포장마차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 요즘은 찾기 힘든 포장마차 / 사진 = flickr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헛헛한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달래줄 수 있는 곳,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데이트 겸 야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포장마차였다. 몇 년 전부터 포장마차를 그대로 실내로 들여온 곳이 늘어나며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났다.

포장마차 같지 않은 세련된 분위기와 퓨전 메뉴로 새로운 느낌의 실내 포차가 주를 이루었다. 이는 젊은 층을 위한 포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복고 바람을 타고부터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복고 콘셉트의 포차가 하나둘 나타났다.

198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꾸며졌으며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메뉴로 안주를 구성했다. ‘응팔’에서 나온 그 느낌 그대로를 살려 1980년대 향수를 느끼고 싶은 드라마 팬들이 이곳에서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다.

 

온 가족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먹는 ‘옛날식 통닭’

치맥(치킨과 맥주) 인기 덕분에 국내 치킨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신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한 틈을 비집고 돌풍을 일으킨 것이 있으니 노란 빛깔이 먹음직스러운 통닭이다. ‘응팔’에서 통닭은 최고의 야식이자 간식이었다.

한 손으로 푹 찢어 가족의 서열대로 부위를 나눠주는 장면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극중 둘째딸인 덕선(혜리 분)이가 닭 날개를 받고 설움이 폭발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이 꼽는 명장면 중 하나. 이렇게 통닭 하나에도 많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일까.

퇴근길에 통닭을 사들고 집으로 귀가하는 가장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깔끔하고 세련된 박스에 포장하는 곳도 많지만 그 시절처럼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곳도 제법 많다. 맛부터 포장까지 1980년대 스타일을 추구한다.

▲ 옛날 통닭 / 사진 = flickr

배달이나 포장보다는 통닭집에서 외식을 하는 가족들도 제법 눈에 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먹고 자란 그 맛을 아이에게도 먹여주고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부모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고, 깔끔하며, 복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통닭집도 전국 각 지역에 생겨나고 있다.

손에 기름기를 잔뜩 묻혀가며 갓 튀겨낸 통닭의 고소함을 느껴야 제 맛. 다양한 맛을 개발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근의 치킨 트렌트에 비춰보면 옛날식 통닭의 맛과 모양은 심플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요즘의 치킨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고소한 옛날 맛이 있다. 치킨은 온 가족이 두런두런 모여서 나눠먹을 때 그 맛이 배가된다는 사실. 겨울밤 야식에 이만한 게 없다.

editor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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