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7-7 P.40 Cover-story]

- 외식업 특수성 감안해 점진적 인상이나 획기적인 정부 지원책 마련돼야

 

▲ 사진 = 한국외식신문 db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외식업계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이 폭탄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외식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ditor. 김선호

 

문재인 정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추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 15일 열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위원 9인, 사용자 위원 9인, 공익 위원 9인 등 총 27인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심의와 의결을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안을 검토해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정부는 최저임금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월 25일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핵심 인사들도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이 2020년 1만 원이 되려면 3년 동안 매년 15.7%씩 인상해야 한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15.7% 오를 경우 올해보다 1000원이 넘게 오른 7486원이 될 것이다.

최근 4년 동안 최저임금은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로 7~8% 수준으로 인상돼왔다. 이번에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대로 15.7% 인상되면 지금까지의 인상률보다 2배 이상 수준으로 올라가는 셈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배경은 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바탕에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 정책으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성장, 동반 성장, 혁신 성장’의 ‘4륜 구동 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4륜 구동 성장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기업 위주 성장 정책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과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목표로 기업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왔다.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이에 따라 가계소득도 증가한다는 생각이 경제 정책의 뿌리였다.

그 결과로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지난 3월 현재 691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내내 경제는 2% 수준의 저성장에 그쳤다.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지 않고 사내유보금 같은 자본만 늘려갔다. 저성장의 불이익은 가계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부채만 쌓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359조7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인상을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놓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올리면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서 경제가 활성화되고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가계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출발점이다.

 

▲ 이미지 = Pixabay

 

최저임금 1만 원 되면 음식점 영업이익 1인 인건비도 안 돼

최저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높이면 과연 소비가 늘고 경제가 살아날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당장 타격을 입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소득을 재분배해야 할 재벌 기업들의 임금은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다. 최저임금 인상 압박은 오롯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머리 위에 떨어진 불일 뿐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의 81%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상승할 경우 음식점들은 대부분 종사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해마다 되풀이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외식업 체감 경기는 이미 최악이다. 국세청의 연간 통계를 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음식점 15만5172개가 폐업했다. 1년에 전체 음식점의 30% 정도가 폐업하는 셈이다.

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14.3%에 불과하다. 반면 인건비 비중은 16.1%에 달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 됐을 경우를 가정해봤다. 그 결과 인건비 비중은 20.7%로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1.7%로 급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식점을 경영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직원 1명 월급 수준도 안 된다. 사실상 음식점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 외식업 현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난 다수의 음식점 경영자들은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음식점 경영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식업 경기가 최악이라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다고 절망했다. 그나마 임대료 부담이 없는 자기 매장을 가지고 있는 업주들은 고용을 줄이고 가족끼리 경영하는 형태로 규모를 축소하면서 견딜 수 있다.

매장을 임대하고 있는 업주들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음식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경우든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211만2000명에 달하는 음식점 종사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들도 ‘소상공인 대책 필요’에는 공감

앞으로 3년 안에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정책은,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한계 상황에 처한 골목식당 경영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엄청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문재인 정부는 모르고 있는 걸까?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일자리위원회가 5월 9일 투표가 진행 중일 때 작성한 보고서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임기 중 실현’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도 6월 7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폐업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6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2년 정도 최저임금 단속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4조 원의 복지카드를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와 부가세 경감, 고용보험 확대 정책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6월 12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임금에 대한 재정 지원,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지원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소상공인들이 받을 충격을 알고 있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계 생존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6월 13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8월부터 영세가맹점 기준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리고 0.8%의 수수료를 적용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외식업 현장에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같은 작은 대책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매출이 3억 원인 업소의 카드 수수료가 0.5%포인트 인하된다고 해도 연간 150만 원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할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는 한 달 인건비 상승을 보완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 이하 중앙회) 이정환 사무총장은 정부가 “외식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거나, 업종별로 최저임금 도입을 차별화하는 등 외식업계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업주들도 정부가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조업을 지원하는 수준 정도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예를 들면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다른 업종들처럼 외국인 고용을 가능하게 허용하거나, 제조업체에 하는 것처럼 임금 인상분을 직접 지원해주거나, 부가가치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음식점 무너지면 경기 침체, 대량 실업사태 부를 것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은 소득 불평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 조치가 오히려 저소득 영세 음식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우려가 있다. 음식점은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이지만 200만 명을 고용하고 있고 전체 근로자의 8%가 일자리로 삼고 있는 거대한 산업이다.

음식점들이 무너지면 정부가 원하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은커녕 대규모 장기 경기침체와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현장의 업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많은 업주들이 정부가 현재처럼 아무 대책 없이 최저임금 인상만 강행할 경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앙회는 문 대통령의 이런 공약을 믿고 전체 외식업계의 기대를 모아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소상공인이 살맛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후보 시절 공약을 지켜야 한다. 영세한 음식점들이 생존하고 성장해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나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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